설치미술작가 김제원은 여러 나라와 도시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오랫동안 도외시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축과 공간을 리서치하고 그 공간성을 바탕으로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에서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건축과 공간이라는 것은 반드시 사료적으로 어떠한 대단한 의미를 지닌 장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낡은 건물이거나 오랜 시간 익숙해져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평범한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고고학자가 땅속 깊이 묻혀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굴하듯이, 김제원은 이방인이자 관찰자로서 그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어, 작업을 통해 그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습니다.
책 소개
작가 김제원의 장소 특정적 작업은 리서치를 통해 선정된 특정한 한 장소에 일시적으로 설치되어 사진과 비디오, 드로잉으로 기록이 된 후 다시 철수되는, 그 존재가 매우 한시적인 작업입니다. 책 『The Third Space』 는 지면을 가상의 장소로 상정하여, 책이라는 매체가 작품이 설치되는 하나의 새로운 장소이자 공간이 되는 실험적인 작업입니다. 작가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일본, 폴란드, 한국에서 진행한 10여 점의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와 드로잉, 작가노트, 발췌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기획자, 시각문화 연구자, 건축가, 시인, 연극인 등이 참여하여 인접 장르의 시각에서 바라본 작업에 대한 글과 가상의 전시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시적으로만 존재했던 작품들을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오래 보존하고자 하며, 더 많은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마치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여행을 하듯, 작품을 바라보고 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